[칼럼]장애외국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장애인복지법의 개정이 필요하다_권영실 변호사 > 동천 칼럼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활동

동천 칼럼

[칼럼]장애외국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장애인복지법의 개정이 필요하다_권영실 변호사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23-04-27 17:33 조회800회

본문



장애외국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장애인복지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재단법인 동천 권영실  변호사


   S 본국의 내전을 피해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와서 인도적 체류자격을 받은 아동이다

뇌병변으로 인해 휠체어를 타야만 하는데인도적 체류자는 장애인등록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P 장애가 있는 중년의 외국인여성으로 한국 국적의 배우자와 살다가 이혼한 결혼이민자이다
이미 장애인등록은 되어 있지만 외국인이란 이유로 장애인연금이나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위의 S와 P는 장애인이지만 필요한 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사는 외국인의 사례이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차별금지’를 중요한 원칙으로 선언하고 있으면서도(제8조), 국내에 머물고 있는 외국 국적자 중 국내거소신고를 한 재외동포, 영주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진 사람, 결혼이민자, 난민인정자에 한정하여 장애인등록을 허용하고 있다(제32조의2 제1항). 또한 일부 장애인등록이 가능한 이들에 대해서도 장애인복지사업의 지원은 예산 등을 고려하여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동조 제2항), 장애인등록을 했더라도 주요 장애인복지사업에서는 외국인을 배제시키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각종 서비스 및 지원정책의 적용대상을 개별 사업마다 달리 정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장애인등록제를 통해 기본적으로 장애인으로서의 권리가 주어지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등록이 애초에 불가능한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은 제도적인 보장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산업재해에 노출되어 있는 외국인노동자나 유학생, S와 같이 한국에서 오래 거주하고 있는 아동도 장애인등록을 할 수 없다. 단기체류 외국인을 제외한 등록외국인 및 전체 외국국적동포의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외국인주민으로 대한민국에서 장기간 거주하면서도 장애인등록이 불가능한 이들이 상당하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재외동포의 경우 ‘단순노무행위’와 같은 저숙련 노동을 제공하기 위해 입국하는 재외동포는 ‘방문취업(H-2)’ 체류자격 대상이 되며, 외국국적동포의 가족은 ‘방문동거(F-1)’ 체류자격을 받게 되는데, 이들은 거소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장애인등록 대상에서 제외된다. 즉, 외국국적 재외동포 중에서도 비교적 고소득, 전문직인 사람만 장애인등록의 대상이 되며, 저소득이거나 단순노무인력 등 상대적으로 장애인복지 관련 서비스 수요가 더 긴요한 사람들이나 미성년자는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장애인등록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예산 등을 고려하여 장애인복지사업의 지원을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은 구체적인 내용을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지 않아, 각 사업별로 해당 관청의 재량에 따라 장애인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복지서비스 관련 지침을 살펴보면, 명시적으로 장애인등록을 한 외국인을 배제하고 있는 사업도 있고, 외국인은 제외대상이지만 난민인정자만은 적용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있으나, 아예 외국인의 적용 여부에 대해서 언급되어 있지 않은 사업이 대부분이다. 


이와 같이 장애인복지사업에서 외국 국적 장애인은 거의 대부분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지원 여부가 불명확하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지침은 행정청의 사무를 위해 정한 내규일 뿐이므로, 장애인권리협약 등에서 보장하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 원칙에 입각하여 이를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렇게 해석해야만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보호를 정하고 있는 헌법의 원칙 및 헌법 제6조가 표방하는 국제법 존중 원칙에도 부합하게 된다.


한편 장애인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외국 국적자도 대상이 되는 사업으로는 유일하게 ‘장애인 자동차 표지 발급 서비스’가 있다. 이는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 장애인사용자 자동차 등 표지의 발급대상 관련 조항이 신설된 2000년부터 도입된 것으로, 장애인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보행상의 장애가 있는 자’는 누구나 받을 수 있다(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6조 제2호 다목). 이와 같이 외국인의 체류자격 또는 장애인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개인의 장애 특성에 따른 필요에 따른 제도를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서비스가 장애인 자동차 표지 발급이 유일하다는 점은 오히려 자동차가 없는 장애외국인에게 박탈감을 더하고 있다.


2014년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제1차 한국 심의 최종견해(CRPD/C/KPR/CO/1)에서 장애를 가진 이주민이 기본적 장애 지원 서비스 이용에 제한받지 않도록 장애인복지법 제32조를 폐지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에 대한민국 정부는 위원회의 견해에 반박하며, 일부 비국적자에 대해서도 장애인등록을 허용하고 있고, 장애인연금, 장애수당, 장애인의료비 등 소득 및 재산을 기준으로 급여를 제공하는 경우 국외의 소득 및 재산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원칙적으로 내국인에 대해서만 신청자격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2022년 제2-3차 심의 최종견해(CRPD/C/KOR/CO/2-3)에서도 반복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며 장애를 가진 이주민이 기본적인 장애 관련 서비스 및 사회보장 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하였다.

 

외국 국적의 장애인도 장애를 이유로 한 사회적 제약에서 벗어나 한 인격체로서의 기본적 활동을 보장받아야 한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며 생존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필요한 사회복지서비스를 거주하고 있는 국가로부터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적어도 일정 기간 이상 대한민국에서 체류하고 있는 장애외국인에 대하여 장애인등록을 허용하지 않거나 사회복지서비스로부터 배제하거나, 개별 법령에서 합리적 근거 없이 다르게 대우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생존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며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대한민국에 장기 체류하는 정주 외국인에 대한 적정한 처우와 인권 차원에서의 형평성 있는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은 중요한 정책적 과제이기에 앞서 헌법과 사회보장에 관한 각종 협약에 따른 국가의 의무이다. 국내에 장기적으로 거주하는 외국인을 우리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대우하여야 하며, 특히 장애의 고유성을 고려하면 장애인복지서비스 적용 여부를 국적을 이유로 차별할 경우 장애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의 유입과 대한민국에서 장기 체류하는 정주 외국인 유형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장애가 있는 외국인에 대한 정책 변화가 요구된다. 장애인복지법 제32조의2에서 정하는 각 호의 체류자격에 따른 제한을 완화하거나 해당 조항을 폐지하여 장애외국인 역시 장애인등록을 통해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보장받도록 해야 하며, 예산 등을 이유로 장애인복지 관련 사업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개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