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탈가정 청소년 주거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의 첫걸음 > 동천 칼럼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활동

동천 칼럼

[칼럼] 탈가정 청소년 주거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의 첫걸음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21-08-02 15:28 조회822회

본문


탈가정 청소년 주거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의 첫걸음

 정제형<재단법인 동천/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변호사>

 

신체적·정서적 폭력, 물질적 어려움, 존재에 대한 위협 등 다양한 위기상황 속에서 가정보다 안전한 곳, 온전한 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을 찾아 거리에 나오는 청소년들이 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0년 가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총 115,741명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2017년에는 여성가족부가 가출청소년의 수를 27만 명 정도로 추산하기도 하였다.**

 

탈가정 청소년들은 정해진 거처 없이 거리 생활을 하거나, 고시원이나 원룸텔 등 비적정 주거에 머물거나, 가출팸과 함께 살기도 한다. 어느 것이나 불안정하고 위험한 주거환경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탈가정 청소년들에게 거리 외에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은 원가정으로의 복귀를 목표로 한 쉼터, 그룹홈 등의 시설 형태의 임시적·중간적 거처 외에는 없다. 당연하게도 원가정 내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돌아갈 수 없는 청소년들은 원가정 복귀를 목표로 하는 시설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 시설이라는 공간의 특성이 지니는 집단성, 권력불평등성, 위계, 사생활의 부재 등의 문제도 청소년들이 시설 생활을 선택하지 않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그 외 긴급주거지원이나 주거급여, 위기청소년특별지원 등의 주거지원서비스를 신청하려 하여도 원칙적으로 신청이 불가능하거나, 예외적으로도 학대로 인한 가족 단절 등 중대한 위기 사유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않는 한 신청이 매우 어렵다. 쉼터와 거리 밖에 선택지가 남지 않는 청소년들에게 그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다른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 개인의 존엄을 지키고 안전한 삶을 혈연 가족이 제공할 수 없다면 그 공백을 국가와 사회가 채우는 것이 마땅하다. 그 시작은 시설과 원가정 어느 곳에도 갈 수 없어 거리의 생활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탈가정 청소년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이들이 안전하게 머무르며 관계를 돌보면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 즉, 집다운 을 마련해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 번째, ‘홈리스 청소년을 정책의 대상으로 삼고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기반과 자립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등에서 홈리스 청소년을 지원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청소년복지 지원법에도 원가정에서 이탈하여 일정한 주거가 없는 청소년에 대한 지원규정이 없으며, 청소년 쉼터만이 있을 뿐이다. , 주거복지정책에 청소년이 없고, 청소년지원정책에 주거지원이 빠져있다. 이에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홈리스 청소년을 관련 법에 규정하고 지원정책을 설계하고 있는 것을 참고하여, 청소년복지 지원법등에 홈리스 청소년을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을 보호할 의무와 책임을 국가에 부여하며 청소년 주거정책을 총괄하고 정책을 책임 있게 수행할 통합적인 지원기관도 필요할 것이다.

 

두 번째, 탈가정 청소년에게 지원주택을 비롯한 다양한 대안적 주거를 제공해야 한다. 긴급하고 일시적인 보호를 제공하는 쉼터 외에도 청소년들이 처한 각각의 상황이나 개별적인 욕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주거형태, 공유공간, 접근성, 주변환경 등을 고려한 다양한 주거 모델을 확립하고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주거공간의 제공으로 그치지 않고 청소년의 전환기로의 특성을 고려하여 자립을 위한 주거유지지원서비스도 함께 연계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거주자에게 다양한 형태의 주거와 함께 기본생활기술, 교육 및 직업 훈련 제공, 건강검진 등 자립 준비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의 전환주택 모델을 참고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행 제도 내에서도 이미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임대주택과 주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볼 수 있다. 특히 서울시에서는 조례를 통해 장애인, 정신장애인, 홈리스 등에게 주택과 함께 주거유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원주택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탈가정 청소년을 지원주택 등 기존 주거정책의 대상으로 적극 포섭해나가야 할 것이다.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 주거권은 모든 국민에게 인정되어야 하는 보편적인 권리이다. 그간 제도에서 외면된 채 주거권의 주체가 되지 못했던 거리의 청소년들에게 집다운 을 제공할 때이다.

 

 

* 통계청·여성가족부,2021 청소년 통계, 2021, 이 조사는 학업중단 청소년을 제외한 채 이뤄진 조사이므로 실제 가출 청소년의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 여성가족부 보도자료, “가정 밖 청소년에게 따뜻한 시선을 청소년쉼터 홈보주간(10.23~10.27)계기 우수기관 3개소·자립성공 청소년 2명 등 표창-”, 2017. 10. 23.

***​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SH서울주택도시공사, 청소년 지원주택 도입을 위한 온라인 토론회 자료집

이 글은 빅이슈코리아(2021. 7. 15.)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