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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시민단체가 알아야 할 ‘공증 예외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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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21-06-08 10:14 조회1,1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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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가 알아야 할 ‘공증 예외 제도’


이희숙 변호사(2021. 6. 8. 더나은미래 게재)

 

  코로나19 초기의 충격과 혼돈을 지나 시민사회도 웨비나, 온라인 캠페인 등 활동을 다변화하며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는 돌봄,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단체 내부 의결도 대부분 온라인 총회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지역 회원 등 회원 참여가 더욱 확대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그동안 시민단체는 상근 활동가 중심의 운영과 활동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회원 모집 시 정기 기부 역할만 하는 기부회원을 모집하거나 대의원제도를 별도로 두고 일반회원에게는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구조를 취하는 경우도 많았다. 사단법인의 정의상 회원이 법인의 실체라고 할 것이지만 이사회 수준의 회원 수만으로 총회를 운영하는 곳도 다수 있다.

총회 의결을 위해서는 통상 구성원의 2분의 1 이상이 참석하여야 하고, 정관을 변경하려면 총 사원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위와 같은 정족수를 채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사의 임기가 종료되면 새로운 임원을 총회에서 선임해야 하지만 총회 정족수 미달로 이사를 선임하지 못하고, 장기간 실체와 등기가 불일치한 상태로 운영되기도 한다.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이 거의 없어 해산 해야 할 상황이지만, 해산을 의결할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방치된 사단법인도 여럿 있다. 총회에 참석하지 않는 회원이 늘어나면 위와 같이 단체 운영에 심각한 어려움이 초래되므로 총회 구성원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운영 효율성을 높여 왔던 것이다.

 

  그러나 제도적 한계를 우회하기보다는 온라인 총회와 연계하여 시민 참여를 확대하는 정면승부가 필요하다. 수백 명의 회원이 온라인 공간에서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단체의 활동과 예산을 점검하며 올해의 사업을 결정한다면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의혹의 대상이 되는 시민단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변화될 수 있지 않을까. 단체 운영에 참여함으로써 비영리에 쌓여 있는 부당한 규제와 제도 개선에 대한 공감대도 폭넓게 확산할 수 있을 것이다.

 

  막상 구성원 수를 확대하면 온라인 총회 진행 이후 후속 절차에서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비영리법인의 경우 매년 진행되는 총회 안건에는 통상 이사 선임 등 등기 변경사항이 포함되고, 등기를 위하여는 비싼 공증료(참석 인증)를 내거나 정족수 이상 회원들의 인감증명서 원본을 공증인에게 제출해야 한다. 온라인 총회에 참석하여 의견을 개진하는 것과 중요 서류인 인감증명서를 매번 제공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법인 회원으로 활동함에 있어 총회 시마다 주민센터에 방문하여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단체에 제출해야 함을 공지한다면 선뜻 회원가입을 신청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단체가 수백 장의 인감증명서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도 이슈가 될 수 있고, 인감증명서 수집이 기간 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등기 해태의 책임도 따르게 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공익활동을 하는 비영리법인에 대하여 의사록 인증을 제외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설립 목적 및 수행 사무가 공익적이고, 주무관청의 감독으로 법인 총회 등의 결의절차와 내용의 진실성에 대한 분쟁의 소지가 없는 비영리법인은 주무관청의 추천을 받아 의사록 인증 제외 법인이 될 수 있다. 최근 법무부는 의사록 인증 제외 대상 법인 추천 및 지정 기준에 대한 안내를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통일된 추천서 양식도 주무관청에 시달하였다.

 

  이번 분기에는 30여 개 법인이 추가되어 현재까지 912개 법인이 인증 제외를 받았다. 사회적협동조합도 적극적으로 신청하여 추가된 법인의 3분의 1 가량은 사회적협동조합이다. 배포된 추천서 양식을 보더라도 신청 준비가 까다롭지는 않다. 다만, 요건 충족 여부는 재량적 판단인데 주무관청이 추천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법무부가 통일된 추천서 양식을 시달하고 제도 안내를 확대하고 있는 현재 적극적인 신청을 통해 인증 제외 사례를 많이 만들어 제도가 확대·안착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인증 제외 신청을 통해 인감증명서 장벽부터 해소하고, 구성원 확대의 힘든 길을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