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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에 다시 생각해본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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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1 작성일20-05-20 16:03 조회3,0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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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에 다시 생각해본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하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1999년 빈곤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강조하며 제정되었다. 그러나 제정 당시부터 지원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으로 소득이나 재산 외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두어 광범위한 빈곤 사각지대를 양산하고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이란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나 재산을 가진 부양의무자가 있다면, 빈곤 상황에 놓인 사람이라도 수급자가 될 수 없도록 한 제도이다. 즉 수급대상이 되려면 부양의무자인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사망한 1촌의 직계혈족의 배우자 제외)가 없거나, 있다면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이 없거나 또는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을 받을 수 없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양의무자의 부양가능성이 실제 수급자의 소득으로 이어진다는 잘못된 전제를 바탕으로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결격요건으로 운용함에 있어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부양능력을 판단하여 부양을 받을 수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을 따진다. 따라서 객관적인 부양불능 상황이 아닌 한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로 인정받는 것이 매우 어려우며, 실제적인 부양비 지급여부에 관계없이 수급자의 소득평가액에 일정한 부양비가 지급된 것으로 간주하여 수급자 선정여부와 급여액을 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법은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 받을 수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거부 또는 기피하는 경우 수급권자가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에 관해서 구체화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지침(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에서는 부양받을 수 없는 경우를 인정하기 위한 특정 상황을 열거하고 있다. , 양자, 양부모 등 혈연관계가 아님을 이유로 부양을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 이혼, 폭력, 상해, 방임, 유기, 가출, 학대, 약물중독 등의 이유로 가족관계가 해체되어 실질적은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화된 상황들은 실제로 부양받지 못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보기 어려우며, 이에 대한 입증책임을 수급신청자에게 두고 있기에 더더욱 인정받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빈곤 사각지대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부양의무자 기준

 

부양의무자 기준의 비합리성에 대한 문제제기에 따라 부양의무자의 범위 및 부양능력판정 기준은 점차 완화되어왔다. 부양의무자의 범위는 1999년 법 제정 당시 수급권자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생계를 같이 하는 2촌 이내의 혈족이었으나, 2004년 개정을 통하여 직계혈족“1촌의 직계혈족으로 축소되었고, 2005년에는 생계를 같이 하는 2촌 이내의 혈족을 제외함으로써 현재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로 축소되었으며, 2014년 개정법에 의해서는 사망한 1촌의 직계혈족의 배우자는 제외되었다.

 

19대 대선에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쟁점으로 부각되어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당시 모든 후보자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후 20178월 수립된 제1차 기초생활보장계획(2018~2020)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의 단계적인 폐지가 명시되었다. 이에 따라 201711월부터 수급자 및 부양의무자 가구 모두에 중증장애자나 고령자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였으며, 201810월부터 주거급여에 한하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전히 폐지되었다. 20191월부터는 부양의무자 가구에 장애자연금의 수급자가 포함된 경우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였으며, 20221월부터는 부양의무자 가구에 기초연금의 수급자가 포함된 경우에도 적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지속적으로 완화되어 왔으나 아직까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미비한 상황

보건복지부 장관은 20194, 2020년에 발표될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1~2023)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하기 위한 안을 담겠다고 발표하였고, 대통령산하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20195월 정부에 제출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선안에서 고령자 및 중증장애자에 관해서는 2020년부터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기타 대상자에 관해서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20199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복지 위기가구 발굴대책 보완조치>에는 2023년까지 생계급여에 대해서만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이후 의료급여에 있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전 폐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20대 국회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적으로 폐지하는 법률안이 4차례 발의되었다. 2016. 8. 26. 발의된 전혜숙 대표발의안(의안번호: 2001836), 2017. 2. 24. 발의된 윤소하 대표발의안(의안번호: 2005784), 2017. 5. 25. 발의된 권미혁 대표발의안(의안번호: 2007034), 2018. 2. 20. 발의된 박인숙 대표발의안(의안번호: 2012039) 모두 수급자 선정기준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 폐지하는 안이다.

 

그 외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에 관한 안으로 소득인정액이 일정 금액 이하이면 부양의무자와 관계없이 급여를 실시하되 보장기관이 사후적으로 부양의무자로부터 징수하는 안(2017. 3. 3. 함진규 대표발의안, 의안번호: 2005991), 부양의무자 기준을 수급자 선정기준에서는 제외하되, 부양의무자의 범위를 1촌 직계혈족으로 한정하고 부양의무자 관련 규정은 보장비용의 사후적 징수요건으로만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안(2017. 3. 22. 남인순 대표발의안, 의안번호: 2006352), 부양의무자의 소득인정액 기준을 중위소득의 100분의 200 미만으로 완화하는 안(2017. 8. 31. 박주현 대표발의안, 의안번호: 2008886) 등이 있다. 기본적으로 모두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빈곤의 사각지대 해소라는 동일한 문제의식으로 발의되었으나,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는 무리라는 견해를 토대로 한 대안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하는 안에 대한 장벽으로 예산의 문제 외에도 부양능력이 충분히 있는 부양의무자가 이를 다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를 가져온다는 우려가 남아있다.

 

변화된 부양에 대한 인식, 이제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때

 

그러나 현행 부양의무자 기준은 가난한 사람들의 존엄을 국가가 보장하지 않고 가족에게 강제로 의존하게 하여 서로에게 짐이 되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실제 작동하는 권리로써 보장받지 못하고, 국가로부터 또는 가족으로부터 모멸감과 수치심, 죄책감과 부담감을 느끼며 살아야했다. 부양에 대한 인식 변화와 다양화된 가족형태로 인해 기존 사적부양에 의존하여 설계된 사회보장제도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당연히 모든 사람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다. 국가는 최저생활 보장의 원리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빈곤문제 해결의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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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기초법바로세우기 공동행동>

 

재단법인 동천 권영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