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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칼럼] 채용 비리, 비영리 인사 담당자의 대응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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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1 작성일18-02-21 11:28 조회3,6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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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비리, 비영리 인사 담당자의 대응 매뉴얼

 

  이희숙 변호사(재단법인 동천)

  

  최근 정부는 과거 5년간 공공기관 채용 전반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하였고, 1190개 공공기관·유관단체 중 946 개 기관에서 4788건의 지적 사항을 적발했다. 통상 공공기관은 민원 대응에는 규정 준수에 목숨을 거는 것으로 보이는데 채용에는 왜 이렇게 융통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번 조사 결과 수사의뢰 된 109개 기관 중에는 병원, 재단 등 비영리법인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비영리단체의 채용 비리는 공공기관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재단 이사장의 친·인척 채용 등 불공정한 채용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민간 단체는 채용의 자율성이 인정되는데 인사권이 있는 기관의 장이 본인의 지인을 뽑는 것이 위법인가? 채용에 있어 허용되는 한계가 어디인지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사 담당 실무자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관장님께 근거를 가지고 당당하게 채용의 한계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부정 채용은 형법상 업무방해죄 가능(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인사 담당자들이 채용 과정에서 점수를 다르게 기재하는 등 관련 자료를 조작한 경우 소속 비영리법인의 채용 업무를 방해한 것이므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 만약, 인사권이 있는 기관의 장이 채용 담당자에게 자료 조작을 직접 지시한 경우라면 어떨까. 대법원은 신규직원 채용권한을 가지고 있는 지방공사 사장이 시험업무 담당자들에게 지시하여 시험성적조작을 한 사안에서 법인인 공사에게 신규직원 채용업무와 관련하여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한 것이 아니므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56404 판결). 법인의 채용 권한자가 성적 조작을 알고 있으므로 법인을 속인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기관장이 지시하면 형사처벌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점수 조작을 알지 못하는 다른 면접 위원들의 면접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 대법원은 수산업협동조합의 신규직원 채용에 응시한 이 필기시험에서 합격선에 못 미치는 점수를 받게 되자, 채점업무 담당자들이 조합장인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점수를 조작하여 필기시험에 합격시킨 사안에서, 위 점수조작행위에 공모하였다고 볼 수 없는 다른 면접위원들의 면접 업무를 방해하였다고 하여 점수 조작을 지시한 조합장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였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8506 판결).

   업무방해죄 외에도 부정 채용과 관련하여 돈을 받았다면, 돈을 준 사람은 배임증재죄, 받은 사람은 배임수재죄에 해당할 수 있다.

 

   2. 비영리 관련 법률에 따른 제재

 

   부정 채용이 형사처벌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도 비영리법인의 속성에 따른 규제가 존재한다. 공익법인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익법인법’)은 임원의 자격을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설립허가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 사회복지사업법은 임원 선임 절차에 대하여 규정하고, 임원의 선임과 관련하여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주고받거나 이를 약속해서도 안된다.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이사장 자리를 넘겨주며 사실상 비영리법인을 거래하는 관행에 대한 규제라고 할 것이다. 또한 사회복지법인은 사회복지사의 임면에 관한 사항을 시도지사 등에게 보고하여야 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사립학교의 경우 교원 채용 절차나 방법을 대통령령으로 엄격히 규율하고 있으므로 이를 확인하여 준수하여야 한다. 또한 교원 임용권자는 교원을 임용하였을 때에는 임용한 날부터 7일 이내에 관할청에 보고하여야 하는데 보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 보고를 하는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받을 수 있다.

 

   3. 비영리 채용 가이드라인

 

   비영리법인의 채용 담당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채용을 진행하며 외부의 낙하산 압박을 방어해낼 수 있을까.

먼저는 해당 법인의 정관, 인사규정 등을 철저히 분석하고 해당 내용에 부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채용 절차나 방법이 내부 규정에 반하는지는 부정 채용을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해당 법인 관련 법령, 주무관청의 규칙 등을 확인하고, 채용 공고나 절차가 이에 반하는 것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채용공고가 이루어진 이후에는 해당 내용을 엄격히 준수하며 채용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공고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채용하거나 공고된 절차 등을 위반하는 경우 공고에 따라 응시한 자들의 이의제기가 있을 수 있다. 관련하여 주무관청의 감독이 이루어질 수 있고, 그 자체로 비영리법인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

   채용과정에서 성별·신체조건·용모·학력·연령 등에 대한 불합리한 제한을 두거나 차별을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여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지방자치단체 출자 출연기관 등의 운영에 관한 법률 및 지침 등에서는 이와 같은 차별을 규제하고 있다.

   채용에 유리한 내부 정보 유출, 서류 조작 등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업무방해죄 등 형사 처벌에 이를 수도 있다. 관여한 자들은 모두 공범으로 처벌 받을 수 있으며, 팀장님의 지시에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 항변에도 불구하고 상사의 위법한 채용 지시가 계속된다면 공익신고자보호법상 공익신고제도를 활용해보자.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도 신고 대상이 된다. 서울시의 공익제보자 안심변호사 제도도 활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지시에 순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직, 감봉 등 불리한 처분을 받았다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이 가능하다

 

   기울어진 취업 시장은 미래 세대의 노력과 희망을 무색하게 만든다. 공익을 추구하는 비영리영역에서 조차 기회의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어디서 희망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글을 읽으며 느꼈겠지만 비영리법인의 채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절차나 규제는 많지 않다. 민간 단체인 만큼 채용은 기본적으로 자율의 영역이다. 하지만 재단, 복지관 등에서의 채용 비리가 고질적인 문제로 지속된다면 구체적인 사항에 대하여까지 주무관청의 규율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에 비영리 영역에서는 자율적인 노력을 통해 채용의 공정성을 최대한 유지하고,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채용 비리에 대하여 비판을 목소리를 더욱 높여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