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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아프가니스탄 난민은 특별기여자에 국한되지 않는다_이환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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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22-03-02 15:49 조회74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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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난민은 특별기여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재단법인 동천 이환희 호사


한국 정부는 지난 해 8월 이슬람 무장단체인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에서 현지조력자 및 그 가족들 380여 명을 소위 미라클 작전을 통해 국내로 이송하였다. 생명과 안전의 위협에 놓인 이들에 대한 일련의 대응 과정은 분명 높이 평가할 만한 지점이나, 한국 정부는 난민협약 및 난민법 상 난민개념이 정확히 부합하는 자들에게 특별기여자라는 명칭을 부여하여 이들을 난민 보호를 요구할 권리가 있는 자들에서 시혜적인 혜택을 받는 자들의 위치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잘못된 용어의 가장 큰 피해자는 탈레반 사태 이전부터 한국에 체류하던 아프가니스탄 국적자들 일 것이다. 이들도 특별기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정부를 잃고 국적국으로 돌아가는 경우 외국에 기여하였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을 자들, 즉 난민이지만, 그들과 달리 난민이 되기 전 한국 정부와 일한 적이 없다는 이유로 거의 모든 난민 보호 정책에서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 하나, 법무부는 국내 체류 중인 아프간인을 대상으로 인도적 특별 체류 조치를 시행하여 G-1-99 비자를 주고 단순노무직에의 취업을 허용하였는데, 이마저도 현재 체류 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사람만을 대상으로 할 뿐 이미 미등록 상태에 놓인 아프간인은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따라서 이들은 특별조치 이후로도 여전히 미등록 상태로서, 아무런 체류자격도 받지 못한 채, 미등록기간에 따른 범칙금만 늘어가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위 조치는 출국 기한의 유예를 받을 수 있는 자 마저 신원보증인 등 국내 연고자가 있는 경우에 한정하고, 이러한 지원 인력이 없는 아프간인들은 형사 범죄자 등과 동일하게 보호 조치를 예정하고 있다. 전혀 인도적이지 않은 인도적 특별체류 조치라 할 수 있다.

 

게다가 G-1-99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도 출입국외국인청에서 이에 대한 안내를 해주지 않아 자신이 특별조치 대상 인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며, 수도권이 아닌 지방의 출입국사무소에서는 이 제도에 대한 무지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이 체류자격으로는 개인의 상황이나 경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 노무에만 취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계유지에 필요한 수입만 겨우 벌 수 있을 뿐 한국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가 매우 어렵다. 법무부는 이론적으로는 이 비자로도 전문분야 취업이 가능하다고 하나, 관련 법령에서 정하는 자격을 갖추어 허가를 받는 실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아프간 정세를 이유로 난민신청을 하려고 해도, 국내 체류 미등록 아프간인들의 상당수가 이미 체류자격이 1년 이상 지난 경우가 많아 난민신청과 동시에 외국인등록증이 말소된다는 점에서 난민신청 역시 주저하게 되고, 체류기간이 짧은 경우라도 난민신청 후 6개월간 취업이 불가한 것에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특히 위와 같이 미등록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된 자들은 범칙금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에 난민신청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어찌하여 범칙금을 감당한다 해도 현재 코로나 상황을 이유로 난민 심사는 지연에 지연을 거듭하고 있고, 난민 심사에 있어 변화된 국가 정황에 대한 고려가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급변하는 정세에 맞춰 신속한 심사와 난민 보호에 최우선순위를 둔 난민 지위 인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장에서는 실제로 미등록 상태라 G-1-99은 신청조차 할 수 없고, 난민 신청은 범칙금 때문에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이게 된 분을 많이 만나게 된다. 탈레반 사태 이후체재 중 난민으로서 난민신청을 하였더니, 체류기간 만료 중 난민신청을 이유로 출국명령을 받은 사례도 있다. 요컨대 미등록 아프간 인들에 대한 지원은 탈레반 점령 이후에도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다.

 

아프간 국적자들이 현재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법무부도 이를 인정하여 강제 출국을 지양하면서도, 이들에게 아무런 체류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자가당착이며, 난민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리는 일이다. 언제 다시 아프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사는 동안만이라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최소한의 기준일 것이다누군가가 미라클 작전의 밝은 빛을 누릴 때 가장 어두운 그림자에 미등록 아프간 체류자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