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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 [동천 북스터디 창문] 여기가 당신의 피난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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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12-05-31 00:00 조회2,16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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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당신의 피난처입니다”는 한국 최초로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온 국제난민과 북한난민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신 
이호택, 조명숙 부부가 쓰신 ‘난민입문서’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두분은 난민들을 위한 NGO인 ‘피난처’를 1999년에 설립하시고 오늘도 사랑과 열심을 다해 운영하고 계세요. 

이 책에서 이호택 대표님은 “난민의 개념과 발생원인 등 난민문제를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셨고, 
조명숙 이사님은 “난민을 만나며 겪었던 에피쏘드를 중심으로” 서술해주셔서, 
난민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갖추고 진짜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듣는 일석이조의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중학생 때 이민을 가서, 처음 벤쿠버 공항에 내려서 공중전화를 쓰려다가, 저는 주저앉아 울고 말았어요. 
새로운 나라, 아무것도 모르는 나라에 간다는 긴장감과 염려가 저도 모르게 안에서 쌓이고 있었는데, 
손에 쥔 캐나다 동전들을 보면서 공중전화에 어떤 동전을 넣어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눈앞이 캄캄했던 거에요. 

한국에 난민으로 들어오신 분들은 얼마나 두렵고 무서울까, 
“여기가 당신의 피난처입니다” 를 읽으며 저는 거듭 그날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저는 엄마아빠, 동생과 함께 있었고, 어느 정도 살아갈 준비를 해 온 것이었는데; 
당장 쫓겨날지도 모르고, 언어도 할 줄 모르고, 집에서 가져온 것도 별로 없고, 남기고 떠난 가족까지 위험했다면... 
한국에 오시는 난민 분들의 빈번한 그러한 상황들이 저에게 있었다면, 저는 정말 용기를 내지 못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도 하루하루를 웃음으로 마주하시고 그 과정을 헤쳐가시는 난민 분들은 정말 존경스럽고 용감한 분들이시지요.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고 저는 스스로 강하고 당당하다고 생각했던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기도 했어요. 
    

그런데 원래, 캐나다에서 자라면서, 저는‘난민’을 그저 우리 동네에, 우리 도시에 이사온 한 경로 정도로만 인식했었어요. 
주위에 있는 난민 출신의 친구들도 당연히 다채로운 캐나다 문화의 자연스러운 일부분으로 느꼈지요. 
고등학생 때는 동유럽의 보스니아라는 나라에서 아빠가 종교적인 이유로 박해를 받으셔서 난민으로 이주한 Nadia라는 친구와 친하게 지냈고, 
대학교에 와서는 르완다 대학살 때 브룬디에서 난민 신청을 해 온 Melody와 항상 붙어 지냈어요. 

친구들이 난민으로 이민을 온 이야기를 처음 해 주었을 떄에도
-이 두 친구 다 어렸을 떄 왔기 떄문에 처음 겪었던 어려움을 많이 기억하지는 못 했겠지만- 
처음 왔을 떄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답니다. 
그저 우와! 신기하다! 하고 말았어요. 
겉으로 보기에도 Nadia의 아버지 어머니는 두 분 다 의사로 일하고 계시고, 
Melody도 공부도 잘하고 안정적인 가정에서 컸기 때문에 딱히 나와 다르다, 라는 생각을 하지 못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캐나다에도 불공정한 이유로 난민을 거절하는 사례나 이주 후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한국에서는 이런 안타까운 상황이 훨씬 더 빈번히 일어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여러 문화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오랫동안 지내오면서 서로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힌 캐나다와는 달리, 
우리끼리만 살았던 역사가 길어서인지 아직도 한국은 이주외국인과 난민들에게 마음을 다 열지 못한 부분들이 많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바로 이 차이를 더 가슴 아프게 돌아보게 되었고, 난민 신청자들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고통들을 배우면서 
한국의 난민제도와 인식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다짐하게 되었지요.

대표님 부부께서 목숨을 걸고 탈북민 분들과 국경을 넘으신 이야기,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하여 그 본국에 돌아가 가까스로 증거를 가져와 난민 신분을 얻게 도와주신 이야기 등을 읽으면서 
저는 뜻깊고 아름다운, 감동적인 드라마 여러 편을 보는 것 같았어요. 

피난처의 활동에 대해서 어렴풋이만 알고 있던 저는 
이 책에 담긴 그 분들의 엄청난 사랑과 에너지, 절대적인 열정과 헌신에 여러 번 감탄했답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셨던 그 섬김을 겸손히, 묵묵히 실천하고 계신 것이 너무나 존경스러웠어요.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한국의 난민 실태가 어쩌면 절망과 슬픔들이 기쁨보다 훨씬 많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그보다는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가 훨씬 더 많다는 점이었어요. 
무엇보다 난민은 도움을 주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친구로 서로 함께 행복을 나누는 존재라고 하신 것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한국에 와 있는 버마, 콩고의 난민들은 후에 본국으로 돌아가 대통령, 장관이 될 사람들이라고 쓰셨는데, 
저 또한 그렇게 믿고 그 분들을 위해서 기도했답니다.

처음에는 안타깝다, 하는 슬픈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덮고 나서는 가슴에 따뜻한 사명감과 더 큰 희망으로 가득 찬 저를 느꼈어요. 
난민에 대한 존중과 같은 사람으로의 애정으로, 그리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걷는 동반자로 
언젠가 저도 그 가슴 뛰는 비전의 한 부분이 되고 싶다는 꿈을 꿉니다. 꼭 한 번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