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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 [현장 스케치] 당사자 본인 신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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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11-11-28 00:00 조회3,26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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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본인 신문’이란 “소송당사자를 증인과 같이 하나의 증거방법으로 그 경험한 사실에 대하여 신문하는 증거조사” (두산백과, 민사소송법 367조 참조)입니다. 난민 소송의 경우 당사자 본인 신문 과정에서 소송 당사자인 난민이 원고측, 피고측, 그리고 재판부가 직접 신문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는 재판부가 난민을 직접 대면하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기에 최근 행정법원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당사자 본인신문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난민소송에서의 당사자 본인 신문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하시죠? 동천의 4기 인턴 류다솔, 이지선양이 지난 11월 14일과 21일 bkl 변호사님과 난민 분들을 따라 행정법원에 다녀왔습니다. 

[행정법원]
 
두 인턴의 이야기를 듣기에 앞서, 그 동안 동천에서 참관했던 당사자 본인신문을 바탕으로 신문 절차는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해봤습니다.
우선 “전원 기립하십시오”라는 안내와 함께 재판부의 판사님 세 분께서 입장하신 후, 원고인 난민지위신청인 당사자(난민), 변호사님, 그리고 통역인이 지정된 자리에 앉습니다. 판사님이 관련 사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 뒤, 별 다른 사항이 없으면 난민과 통역인은 증인석으로 이동합니다. 이 때 통역인의 경력 등에 대한 짧은 질의/답변이 이루어지고 통역인의 자격에 대한 문제제기가 없으면 바로 통역인 분이 사실만을 말할 것을 선서하고, 이어 난민도 통역인이 선서문을 통역해 주면 “예”라고 답을 함으로써 선서를 하게 됩니다. 당사자 본인 신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원고/피고측이 난민에게 질문을 한 후, 마지막으로 재판장님이 추가적으로 질문을 합니다. 재판부마다 신문 순서는 달라질 수 있으며, 중간 중간 재판장님이 질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신문이 끝나면 난민과 통역인은 다시 지정석으로 돌아오고, 재판장님이 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어본 후 당일 변론을 마치게 됩니다.
 
처음 당사자 신문을 하게 되면 당사자인 난민도, 통역인도 긴장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당사자 본인신문의 절차나 형식을 미리 알려드린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자, 그럼 동천 인턴들의 당사자 본인 신문 참관 후기를 공개합니다! ^^
 
[류다솔 인턴]
오후 4시에 예정되어있던 당사자 본인신문에 앞서 2시경 난민 신청자 Z씨와 그의 통역인 C씨가 법무법인(유한)태평양 별관 회의실로 들어오셨습니다. 변호사님과 인터뷰를 하게 될 때면 평소보다 의상에 신경을 쓰시는 Z씨이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더 반듯하게 다려진 셔츠와 바지를 보니 그의 미소 속에 흐르는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행정법원으로 발걸음을 옮기기에 앞서 변호사님께서 원고측과 피고측 본인신문 질문사항에 대해 Z씨와 모의 질의를 하며 법정에서 증언 시 유념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마지막으로 조언해주셨습니다. 변호사님께서는 법원에서 증언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간단명료하고 정확하게 답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묻는 질문에만 간단명료하게 대답하되, 모르거나 기억나지 않는 사항이 있다면 “모릅니다” 혹은 “기억나지 않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하실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행정법원으로 향하는 동안 변호사님은 Z씨에게 ‘잘 할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아주셨습니다.
 
재판이 진행될 행정법원 2층에 올라오자 Z씨가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다고 하시네요. 법정 복도 끝 ‘해우소’에서 모든 근심을 풀고 오시길 기도하며 법정으로 들어섰습니다. 겸연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Z씨가 들어와 법정 통역인과 인사를 나눕니다. 어? 그런데 법원 통역인이 바뀌었네요! Z씨와는 정치적 성향이 반대인 통역인이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원고측에서 여러 관련 문제점을 제기한 후 변경된 것 같았습니다. 보다 중립적이고 정확한 통역이 이루어 질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윽고 모두가 기립하자 판사님들께서 입장하셨습니다. 통역인과 Z씨가 진실만을 말할 것을 선서한 뒤 본격적인 당사자 본인신문이 이루어졌습니다.
 
피고측 변호인이 이미 제출되었던 질문사항에 추가적으로 몇 가지 질문을 하며 본인신문이 시작되었습니다.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저는 두 손을 꼭 쥔 채 땀이 삐질 나던 반면, Z씨는 질문에 또박또박 답하며 차분히 본인의 이야기를 해 나가셨답니다. 뒤이어 원고측 변호인이 기존 질문사항 및 추가 질문을 하셨습니다. 추가 질문에는 피고측에서 거론된 질문에 반박하는 내용이 있었고, 이에 이어서 피고측이 다시 재판부에 질문기회를 청구하며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원고와 피고 소송대리인이 질의를 마치자 재판장님께서 신문을 시작하셨습니다. 재판장님께서는 사건의 사실 관계 및 몇 가지 다투어지고 있는 쟁점들에 관해 질문하셨을 뿐만 아니라 현재 Z씨의 가족들과 그들의 생계에 대해서도 물어보셨습니다. 재판이 개정된 후 증언 내내 몸을 기울이면서까지 Z씨를 바라보시며 성심껏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던 재판장님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신문이 모두 끝났고 이로써 Z씨 사건의 1심 변론은 종료가 되었습니다. 선고 기일은 약 한 달 뒤로 정해졌습니다. 법원을 나서며 변호사님은 Z씨에게 오늘 ‘최고’였다며 칭찬을 아까지 않으셨고, Z씨는 변호사님에게 연신 정말 감사하다며 꾸벅 인사를 하셨습니다. 법원이 어떻게 판결을 내릴 지는 알 수 없지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며 Z씨는 한층 가벼워 보이는 발걸음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다시 사무실로 향하면서 오늘이 자신의 첫 당사자 본인신문 재판이었다며 수줍게 웃으시는 변호사님의 미소가 유난히 빛나 보였습니다(저에게 생과일 주스를 사주셔서 그런 건 아닙니다!). Z씨의 진실된 목소리가 재판부에 들렸기를 바라며 따뜻한 12월을 기다려봅니다. 

[이날 재판이 진행되었던 법정 앞. ‘재판 공개의 원칙’에 따라 “오늘의 재판안내”를 통해 당일 해당 법정에서 어떤 재판이 이루어지는지 공개됩니다.]
 
[이지선 인턴]
비가 온 뒤 급격하게 추워진 어느 월요일 오후, 저는 한국 타이어 빌딩 주차장에서 bkl 변호사님과 만나 2시 시작인 당사자 본인 신문 참관을 위하여 서울행정법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예정보다 출발이 늦어진 바람에 서둘러서 이동한 덕인지, 여유롭게 1시 45분경 법원에 도착! 우리는 로비에서 난민분과 예전 통역인 그리고 연수원생을 만나 인사를 나눴습니다. 정장을 입고 계시던 난민분은 살짝 긴장한듯한 모습이셨습니다. 변호사님과 연수원생이 저에게 사건을 간략하게 설명하는 것을 들으며 다 함께 2층으로 향했습니다. 1시 50분경 법정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고, 저는 긴장한 체로 주변을 둘러 보았습니다. 그때 양복을 입은 외국인 한 분이 법정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오늘의 통역인 이였던 그분 역시 긴장한 듯 했지만, 난민분이 먼저 일어나서 인사를 청하자 밝게 웃으며 답했습니다. 연수원생이 난민분에게 통역인과 말이 잘 통하냐고 물어보았고, 난민분은 그렇다며 답하셨습니다. 예전 면담 시 통역의 문제가 있었다는 말은 들은 터라, 저는 이것을 듣고 안심했지요. 잠시 뒤에 양복을 차려 입은 남성분이 들어오셨습니다. 피고측 변호인인 그분은, bkl변호사님과 웃으며 서로 인사를 나눴습니다. 재판 시간이 다가오자 사람들이 한두 명씩 입장 하였고, 판사님들의 입장과 함께 우리는 모두 기립 뒤 다시 앉았습니다. 통역인의 선서에 이어, 한글로 쓰여있는 선서를 통역인의 통역에 따라 난민분은 또박또박 말하며 선서를 하였고, 당사자 본인 신문이 시작됐습니다.
당사자 본인 신문은 원고측의 신문으로 시작하여 그 뒤 피고측의 신문, 마지막으로 재판부 측에서의 질문으로 끝났습니다. 저희 쪽은 난민 면담 당시 통역의 문제를 강조하였고, 법무부 측은 사실관계여부가 불확실한 것을 거듭 지적했습니다. 재판부에서 특히나 주목 했던 것은 난민면담기록부와의 진술이 다른 부분이었습니다. 난민분은 출입국면담당시 통역인이 A국의 B언어를 잘하는 사람이 아닌 C언어를 구사하는 통역인 이였기에 통역의 오류 때문에 큰 불이익을 입었습니다. 난민분은 자신의 아버지는 당시 실종된 상태였으며 시신을 확인한 적이 없기에 사망이 확실한 것이 아닌 상황이라 진술 하였는데, 면담기록부에는 이렇게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원고측과 피고측 그리고 재판부 모두 신문시 이 사실관계를 포함한 통역이 오류로 인해 달라진 점에 대해 질문을 하였습니다.
오늘 당사자 신문에서 재판부가 주목한 네 가지는 1) 특정 사회적 집단의 구성원 신분으로 인한 박해 여부, 2) 종교로 인한 박해 여부 3) 난민분이 누명에 쓰여 범인으로 몰렸던 것으로 인한 박해 여부 4) A국 등에서의 반정부 활동으로 인한 박해여부 였습니다. 여기서 1) 2)는 사실 일반론적인 이야기 이기에 3)과 4)에 재판부가 중점을 두었으며, 이와 관련하여 A국의 국가정황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법무부 측에서는 추가적으로 국가정황에 관한 자료를 제출한다고 하였으며, 다음 기일에 이 재판을 종료하기로 확정하였습니다.
오늘 당사자 신문을 통해서 느낀 것은, 재판부에서 난민 측의 이야기를 굉장히 주의 깊게 들었으며, 사실관계 여부와 국가정황에 큰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입니다. 면담기록부와의 진술차이가 통역의 문제였다는 것이 확인되자, 박해의 위험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3번과 4번 문제가 중요시 된 것 같습니다. 재판장님은 다른 재판관들과는 달리 중간중간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질문을 하셨습니다. 또한 질문이 긴 경우에 통역이 정확히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문장을 끊어서 질문하도록 유도하는 모습에서, 사실관계 여부에 중요한 통역을 중시하며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저는 재판부에서 이런 태도를 보자 걱정하고 긴장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 풀리는 듯 했습니다. 또한 난민분이 침착하게 피고측과 재판부의 질문에 답하자, 저와 연수원생 그리고 변호사님은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당사자 본인 신문을 직접 참여한 뒤, 저는 난민분의 진실된 모습이 재판부에게도 인정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난민 인정을 받아 당당히 한국에서 살아가는 난민분의 모습을 보는 것을 이렇게 열망하며, 당사자 본인 신문 후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