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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외국인 | [이주외국인] 지하철 내 성추행 사건 현장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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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13-09-27 00:00 조회2,21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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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초 재단법인 동천(이하 동천’)에서 실무수습을 시작하며 처음 맡은 일은 바로 지하철 내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한 중국인의 변호를 보조하는 것이었습니다. 김연주 변호사님으로부터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는 사건이라는 점과 사건의 개략적인 흐름을 설명 듣고 수사기록을 보았습니다. 처음 기록을 읽을 때에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가방 등에 닿은 것인데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오인한 것이 아닐까 하는 정도의 의심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인 및 보호자와 면담하고 기록을 다시 한 번 보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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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의 특이한 점은
사건 발생 시각 및 장소가 아침 출근시간대의 소위 지옥철이라 불리는 지하철 2호선 전동차 내라는 점, 증거로 경찰이 촬영한 동영상이 제출되었으나 이는 혼잡한 지하철 내부 모습만 보여줄 뿐 성추행 장면은 담겨있지 않은 점, 피해자가 성추행 사실을 먼저 인지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 옆에 서 있던 경찰이 휴대폰 문자로 방금 성추행당한 것이 아니냐라고 묻자 그제서야 피해사실을 인지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러한 정황들을 종합했을 때, 피고인과 피해자는 만원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들처럼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만히 서 있었을 뿐이고, 경찰이 피해자를 추궁하여 피해 사실을 만들어낸 것 같다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동천에서 사건을 수임한 후 첫 공판기일에는 동영상에 대한 증거조사가 이루어졌고, 두 번째 공판기일에 피해자가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함으로써 사건은 실체를 드러내게 됩니다.
  
피해자는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즉시 알지 못했고, 경찰이 먼저 물어보자 그제서야 ‘성추행을 당했나정도의 인지를 하게 되었습니다. 경찰 작성 진술조서는 대부분 피해자가 먼저 진술한 것이 아니라 경찰이 이러이러한 사실이 있지 않았느냐 라고 질문하고 피해자가 그런 것 같다고 답변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었습니다. 피해자의 증언을 듣던 판사님께서는 피해자를 크게 혼내기도 하셨습니다. 피해사실이 있지도 않은데 별 생각 없이 한 대답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처벌될 뻔했기 때문입니다.
 
피고인과 보호자인 부인은 사건이 있은 지난 4월 말부터 사건이 종료된 9월 중순까지 약 5개월을 경찰서와 법원을 드나들며 심각한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습니다. 식당에서 일하던 피고인의 부인은 남편의 결백을 믿고 본인의 직장까지 그만두고 사건 해결에 전력을 다 하였습니다.
 
결국, 검사는 공소를 취소하기로 하여 공소기각 결정으로 이 사건은 종료되었습니다. 이 결정을 듣는 순간 피고인의 부인은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내었고, 이를 보는 저의 마음 역시 한편으로는 다행스럽지만 다른 한편으로 매우 속상하고 화가 났습니다. 단지 공소기각 결정으로 이들의 그동안의 고통이 모두 보상될 수 있는 것일까. 해당 경찰에 대한 징계 내지 경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한 대대적인 반성 등의 조치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건을 진행하는 내내 이주외국인에 대한 표적수사가 실제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사건임이 분명합니다.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법언이 있듯이, 형사변호인의 역할은 이러한 무고한 사람의 목소리를 대변하여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글_사법연수생 박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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