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체계와 성폭력 피해자 유형별 특성 : 여성/청소년 분과위 세미나 > 공익법률지원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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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은 법무법인(유한) 태평양과 협력하여 난민, 이주외국인, 사회적경제, 장애인, 북한/탈북민, 여성/청소년, 복지 등 7개 영역에서 사회적 약자가 인권침해 및 차별을 받는 경우와 공익인권 단체의 운영에 있어 법률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 공익소송 및 자문을 포함한 법률지원, 정책·법 제도 개선 및 연구, 입법지원 활동 등 체계적인 공익법률지원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여성ㆍ청소년 | [현장스케치]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체계와 성폭력 피해자 유형별 특성 : 여성/청소년 분과위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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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13-08-25 00:00 조회2,3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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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을 지나 가을로 넘어드는 길목에 이른 요즘이지만, 더위는 변함없이 우리들 곁에 있는 듯 느껴집니다. 끈적끈적하고 습한 더운 날씨는 사람을 지치게 합니다. 더위가 주는 나쁜 점은 신체적 곤란함에 그치지 않고 정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제아무리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도 푹푹 찌는 날씨 속에서는 곧잘 짜증을 내기 마련입니다. 웃으며 하루를 보내자는 결심도 더위 앞에서는 곧 잊히곤 합니다. 어쩌면 더위는 인간의 나약한 정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게 한다는 점 때문에 미움을 받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고작 한 시간의 더위에도 자신을 바로 하지 못하는 게 사람이지만, 오늘은 20여 년간 한 길을 걸어온 분을 만났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열림터>의 원장이신 문숙영 선생님입니다. 열림터는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로서 ‘모든 여성들을 위해 언제나 열려있으며 이들의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게 하는 터’라는 뜻으로 1994년 개소하였습니다. 친족이나 지인으로부터 지속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여성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나아가 안정된 일상을 찾고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도록 지원하는 단체입니다. 
 

 

 

 




문숙영 원장님의 강의가 8월 23일, 재단법인 동천과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이하 ‘BKL’) 공익활동위원회 여성/청소년 소위원회가 함께 주최한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체계와 성폭력 피해자 유형별 특성> 세미나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세미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원시스템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으로 시작했습니다. 국가지원은 1) 피해자와 보호자를 위해 이루어지는 심리상담 지원, 2) 신체적 외상이나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하는 의료지원, 3) 법을 도구로 하여 더 이상의 상처를 방지하고 아픔을 보듬어주는 법률지원, 4) 원장님이 계신 곳과 같은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을 통한 지원으로 나뉩니다. 
 

 

원장님은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에 대한 국가지원의 부족한 점을 토로하였습니다. 지원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피해자 1인당 하루 식비가 고작 4800원, 한 달에 한번 지급되는 피복비는 15000원에 불과 하다고 합니다. 약 1250원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 열악함이 절실히 느껴졌습니다. 

 

 

제도의 문제도 언급하였습니다. 성폭력 피해자가 학교를 다니는 학생인 경우, 피해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전학을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전학의 형태는, 가해자에게 위치가 노출될 것을 우려하여 주소지 이전 절차 없이, 비밀전학이 가능하도록 법으로 보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유독 실업계 학교의 경우에는 적용이 힘듭니다. 초등․중학교나 인문계 고등학교의 경우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그 과정을 관리하지만, 실업계 고등학교는 학교장이 전권을 가지고 있어 전학이 받아드려지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이 경우 갈 곳이 없는 피해학생이 학교를 자퇴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미 상처받은 어린 마음을 다시 한 번 채찍질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문숙영 원장님은, 법률전문가인 동천과 BKL 변호사님께 함께 고민해 주실 것을 부탁하였습니다. 

 

 



 

이후 성폭력 피해자의 유형별 특성에 대한 설명으로 세미나가 진행되었습니다. 친족성폭력의 경우 주로 아버지에 의한 범행이 많습니다. 가정에서 이루어지기에, 피해자는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고, 또한 겉으로 드러나기 어렵다고 합니다. 특히 피해자는 가족의 붕괴를 우려하고 가족을 고소한다는 죄책감에 자신이 받는 피해를 감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때문에 고소율이 낮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피해자의 마음은 곪을 대로 곪아버립니다. 인간에 대한 신뢰감이 손상되고 극도의 수치심과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좋은 아버지-나쁜 아버지, 무기력한 어머니에 대한 분노와 연민 등 가족에 대한 양가감정 속에서 괴로움을 겪습니다. 괴로움 탓에 자살시도가 잦고, 때문에 피해자의 손목에는 칼로 그은 상처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가족중심주의는 친족성폭력 피해자를 더욱 얽어맵니다. 가족의 불화를 일으킨 재앙으로 피해자는 비난의 표적이 됩니다. 친족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의 고통을 말하면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고, 말하지 않고 꾹 참으면 파괴되어가는 자신을 바라보아야만 하는 잔혹한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끝으로 원장님은 ‘가해자 처벌 강화’에만 집중된 관심에 우려를 표시하였습니다. 현재 사회의 중심 화재가 되고 있는 ‘아동․청소년 성폭력’에 대한 강화된 처벌이나 전자발찌 도입 등을 예로 들며,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나, 처벌에만 치우친 정책 속에서 피해자를 향한 정부의 지원과 사회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지금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피해자 자립을 위한 직업훈련 예산이 전자발찌 등 신설제도의 시행에 따라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상황입니다. ‘피해자’ 중심의 사고가 필요한 때입니다.

 

 

세미나 내내, 저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피해자들이 겪을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듣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거운 표정과 아픈 마음으로 경청하였습니다. 아픔의 나눔이 공감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면, 아픔을 느낀 우리들에게 이번 세미나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 세미나를 기대합니다.


 

 

 

동천 인턴8기 양성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