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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률지원활동

동천은 법무법인(유한) 태평양과 협력하여 난민, 이주외국인, 사회적경제, 장애인, 북한/탈북민, 여성/청소년, 복지 등 7개 영역에서 사회적 약자가 인권침해 및 차별을 받는 경우와 공익인권 단체의 운영에 있어 법률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 공익소송 및 자문을 포함한 법률지원, 정책·법 제도 개선 및 연구, 입법지원 활동 등 체계적인 공익법률지원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 [현장스케치] 장애인 공익법률지원을 위한 역량강화 정기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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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단법인 동천 작성일13-08-23 00:00 조회2,7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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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교통과 업무의 중심지 강남, 그 중에도 여러 기업 본부와 사무실이 모여 있는 역삼동 한 가운데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이하 ‘BKL')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잘 정비되고 계획된 도로와 보도, 그리고 각종 주변 시설은 생활의 편리성을 보장했고, 그것이 이곳 강남의 유달리 높은 땅값의 이유일 것입니다. 수많은 버스노선과 지하철 선로가 교차하는 이 강남에 교통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은 지극히 ‘일반’적일지 모릅니다. ‘일반’을 기준으로 설계된 사회는 그 주변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지 못합니다. 오늘은 ‘일반’을 위한 사회에 의해 그 주변에 위치하게 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휠체어를 타거나 불편한 몸으로 서로를 도우며 ‘일반’ 사람들 보다는 천천히, 하지만 웃음을 얼굴에 담고 BKL에 방문해 주었습니다. 
 

 
 

연세대학교에는 ‘게르니카’라는 동아리가 있습니다. 게르니카는, 한해 3400여명이 입학하는 큰 규모의 대학교 내의 유일한 장애학생인권동아리입니다. ‘억압하는 사회로부터의 자유, 갇혀진 나로부터의 자유’라는 기치를 내걸고 활동하고 있는 그들이 20일 오전에 동천을 방문했습니다. 재단법인 동천과 BKL 공익활동위원회가 함께 기획한 ‘장애인 공익법률지원을 위한 역량강화 정기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세미나는 조원희 변호사님의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강의로 시작했습니다. 조원희 변호사님은 사법연수생시절 소규모의 스터디클럽 활동을 하셨다고 합니다. 스터디클럽에는 20명 내외의 뜻 있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사회에 기여하고자하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장애인 인권에 대한 고민을 하였고, 그 과정 속에서 장애인 차별 금지에 대한 궁리를 하였습니다. 당시의 고민들은 후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데에 좋은 자양분이 되었다고 합니다. 본인의 삶 안에서 우러나오는 변호사님의 강의는, 책 속의 활자가 아닌 생활의 언어로 보다 가깝게 다가왔습니다. 삶과 맞닿는 언어는 정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후 재단법인 동천의 김예원 변호사님이 동천에서 수행하는 법률지원 사례를 소개하였습니다. 서울메트로를 상대로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벌이는 소송 소개는, 학내의 장애학생 이동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게르니카 회원들에게 보다 의미 있게 다가갔으리라 생각합니다. 이후 의족의 신체 인정 여부를 두고 법적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소송에 대한 강의를 통해, 장애인의 또 다른 팔과 다리인 보조기구의 성격에 대해 생각할 바를 제시하였습니다. 끝으로 ‘원주 ○○의 집’에서 벌어진 장애인 학대 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여전히 요원한 장애인권 실현의 현실을 이야기 하기도 하였습니다.
 

   


변호사님들의 강의 이후에는 자유로운 질문시간이 있었습니다. 게르니카의 한 학생은 연세대 송도캠퍼스 완공 이후, 송도캠퍼스에서 수강해야만 하는 강의가 생겨났고, 이에 따라 발생한 장애학생의 이동권 문제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였습니다. 현재 신촌 캠퍼스와 송도 캠퍼스 간 운영되는 셔틀버스에 휠체어를 탄 학생을 위한 리프트 장치(휠체어를 탄 채 버스에 탑승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게르니카는 학교 측에 관련 문제를 제기하는 등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3개월 동안 사정은 변함없고, 이대로 새 학기를 맞이할 지도 모르는 곤란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한 답변은 조원희 변호사님이 해주셨습니다. 시외버스 구간에 저상버스의 배치를 요구하는 소송의 사례를 설명하시며, 장애인에게 교육에 관한 접근권을 보장해야 하는 책임은 학교 측에 있고, 리프트장치 도입이 대학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일이라고 보기 힘든 이상 현실 개선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설명하셨습니다.
 

 



또한 시각장애학생이 겪는 문제점도 거론되었습니다. 눈이 불편한 장애학생들은 교과서나 책의 활자를 읽기가 힘듭니다. 따라서 그들을 위해 배려된 자료가 공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학교의 자료 지원 과정이 너무 더뎌서 공부를 하고 싶어도 자료가 없어 못하게 되는 일이 곧잘 발생한다고 합니다. 길게는 3개월 후에야 자료가 공급되는 일도 발생한다고 하니, 보통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조원희 변호사님은 미국의 로스쿨에서 공부를 한 지인의 사례를 들며, 시각장애학생을 위해 자료가 원활히 공급되는 미국 대학의 경우처럼 우리의 실정이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현하셨습니다. 
 

   


< 장애인 공익법률지원을 위한 역량강화 정기세미나>는 장애와 관련된 법률에 대한 정보제공과 공유를 넘어 변호사와 학생이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하는 것에 목적을 두었습니다. 관계의 테두리 안에서 연결되지 않는 일회성의 만남으로는, 결코 변화와 진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관계 안에서 서로의 손을 굳게 잡는 일, 맞잡은 손과 손을 이어나가는 연대의 과정을 통해 변화의 시작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연대의 주체 하나 하나가 나무가 되어 숲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숲이 아프고 슬픈 이들에게 양식과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게르니카는 전맹 시각장애인 학생의 입학을 계기로, 학교 내의 점자보도블럭의 훼손과 부족 여부를 조사하고 그 개선을 학교에 요구하는 활동을 진행하려 하고 있다고 합니다.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해 장애를 가진 그들이, ‘일반’만을 위해 계획된 사회 속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치고 기울어진 ‘일반’을 진정한 ‘사람 일반’을 위해 다시 세우고 있습니다. 그들의 건승을 빕니다.



8기 인턴 양성모